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음악이 어떻다고 얘기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워낙에 기복도 심하고 인생 자체도 그러했던 예술가 이니까요. 하지만 분명히 그녀를 피아노의 여제로 부르는 것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저 역시도 그녀의 피아노 선율이 주는 묵직함에 선이 가는 여성스러움 보다는 여왕같은 웅장함으로 대중을 휘어감는 카리스마에 반했으니까요.
아마도 이 연주곡이 이런 그녀를 가장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생곡으로 꼽아도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내가 이만큼 뿌렸는데 얼마나 거둘 수 있을까? 확실히 거둘 수 있어? 답을 내려주는 책이 아니라 마케터에게 방패를 만들어 주거나 날카로운 창을 만들어주는 책.
먼저 제임스 렌스콜드가 AT&T 사의 마케팅 임원 경력이 있었다는 사실이 경의롭다. 전통적으로 AT&T 와 같은 회사는 보수적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이 되기 때문이다. (KT를 생각하면 쉽다) 실상이야 어떻든 이 책을 보고나면 제임스 렌스콜드의 마케팅 ROI 솔루션이 AT&T에서 성공적으로 적용되었다는 얘기는 없다. 그건 말 그대로 그들만이 알 뿐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 책을 읽어야 할까? 근본적으로 CFO의 협조가 없이 정확한 마케팅 성과와 측정 관리란 불가능 하다. CFO는 CEO를 위한 기업실적을 재무적으로 포장하지 않으면 계속 고용될 수 없다. CEO는 주총을 버티기 위해선 비용을 줄이고 실적을 높여야 한다. 자 우리는 바닥에 납작하게 업드려 있을 수 밖에 없는 CMO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 책은 아무짝에 쓸모없는 이론서 일까? 회사마다 상황이 다르고, 오너가 직접 경영하는 회사도 있다. 이러한 마케팅 ROI 솔루션이 적용될 수 있는 기업은 지구상 어디엔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정직하게 얘기해서 마케팅 성과 및 측정관리를 MIS에서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기업이야 말로 건전하고 재무적으로 튼튼한 기업일 확률이 높은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이러한 회사에서 마케팅을 한다고 가정을 하고 이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다. 지금 그렇지 못한 회사에서 일한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어느날 파워풀한 CMO가 나타나서 모든것을 바꿔 놓을 수도 있다. 갑자기 지독한 회계감사 문제로 회사의 재무 프로세스를 표준화 할 수도 있다.
어느날 갑자기 마케팅 ROI 솔루션을 도입해야 할 기회가 당신에게 찾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하루아침에 프로세스가 바뀌진 않는다. 책에서도 얘기한다. 최소한 계정을 표준화 시키려면 3년의 시간이 필요함을. 우리가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는 것이 이 책이 얘기하는 바가 절대적으로 옳아서가 아니다. 이 책은 마케터들의 고민을 풀기위해 노력한 책이고 그 고민에 방향이 비슷함을 알려주는 책이다. 어느 회사나 그 산업적 특성에 따라서 다르기 때문에 결국 모든것은 마케팅 담당자가 얼마나 자신의 회사에 최적화 시키느냐에 달려 있는 문제이다. 적어도 그 화두만큼은 확실히 던져주는 책이다.
역시나 변역 퀄리티는 기대하지 말라.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이런책을 품질좋게 번역하고 책값을 싸게 내놓을 만한 일들은 잘 발생하지 않는다.
브랜드 매니지먼트 케빈 레인 켈러 지음, 이상민 옮김, 최윤희.김준석 감수 / 비즈니스북스 나의 점수 : ★★★★★
이책의 원서를 검색했는데 검색이 되지 않아 국내 번역본을 올린다. 이 책은 현재 third edition 까지 출간이 되어 있는데 국내 번역본은 아직도 1판이다. 마케팅 관련 서적의 가장 중요한 점은 빠르게 바뀌어 가는 트랜드를 적용한 이론서가 필요하다는 점인데 그 점에서 국내 번역서는 너무 느리다. 켈러 교수야 코틀러 박사와 함께 너무나 유명한 마케팅 그루이기에 설명이 필요 없을 듯. 코틀러 박사의 마케팅 매니지먼트 공동저자이기도 한 켈러 교수는 브랜드라는 괴물을 어떻게 잘 길들여서 인간들의 가슴속에 숙주로 심어 놓는가에 대한 방법론적인 기술서를 썼다.
'Strategic Brand Management' 이 책의 원제목이다. 웬만하면 원서를 사서 보는 것이 나을 듯 하다. 책 번역은 훌륭하지만 아직도 스타벅스의 감성 마케팅 운운하는 얘기는 좀 지겹지 않은가? 스타벅스가 지금 경영상태가 그다지 좋은 편도 아닌데 말이다. 앞서 얘기했듯이 난 이 책을 기술서라고 명명하고 싶다. 잭트라우트나 알리스식의 직관적인 개론서가 아니라 말 그대로 브랜드 길들이기 라고 제목을 바꿔도 무난할 정도로 잘 썼다.
이제는 누구나 마케팅에 대해서 그럴듯하게 꾸며서 말만 잘하면 전문가 행세를 하고 다닌다. 윌렘 버거스 교수는 좀 다른 시각을 가진 학자이다. 그에게 있어 마케팅은 도박이며 확률의 게임이다.
제목이 좀 유치하다고 생각하다면 굳이 이 책을 읽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하지만 잭트라우드와 알리스 식의 직관적인 설명에서 벗어나 기업의 입장에서 도박을 할 수 밖에 없는 마케팅에 임할때의 자세를 좀더 속 깊게 들여다 보고자 한다면 이 책은 권할만 하다. 도박의 확률은 정확히 50:50 이다. 하지만 상대의 패를 많이 알수록 내 패를 잘 이해할 수록 승률은 높아진다. 마케팅도 결국 승률을 높이는 도박과 같다.
역작이다. 소설이 재밌어야 한다는 사실을 놓고 본다면 확실하게 재미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책이 지독한 자료조사와 인물에 대한 탐구 그리고 상상력이 더해진 생동감 넘치는 소설이라는 점이다. 이는 브랜드에 주는 시사점이 많다.
소설책을 놓고 브랜드 얘기를 하는 것은 재미가 있다. 왜냐하면 브랜드는 마케팅에 따른 부가적인 효과로 스스로 형성되기도 하지만 설정된 스토리텔링에 의해서 발전되어 가기 때문이다. 요즘은 스토리텔링이란 말보다 스토리빌딩(story building)이란 말이 쓰이기도 한다. 왜 그럴까? 스토리 빌딩이 더 중요한 이유에 대해서 잘 설명해 주는 책이 바로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이다.
정유정 작가는 소설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생명력을 부여하고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긴장을 더해주기 위해서 인물의 탐구에 많은 시간을 할애 했다. 스토리텔링을 하기 위해 스토리빌딩을 한 것이다. 소설의 기본적인 플롯과 갈등구조는 그렇게 대단할 것은 없다. 한 범죄자가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 그리고 그는 사형을 당했다. 그에겐 아들이 있었고 그의 범죄는 아들을 구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설정이다. 스토리텔링을 간단하다. 그리고 이러한 스토리만을 가지고서는 책은 별 흥미를 끌지 못한다.
만약에 당신의 잘 아는 사람이 저 범죄자라면 어떨까? 흥미가 급증할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한 사람의 내면까지도 들어가서 보게 된다면 단순한 사건은 더이상 단순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브랜드에 적용시켜보자. 브랜드 스토리텔링이 사람들에게 단순한 이미지의 각인에 멈춘다면 인지도 이상의 효과는 얻기 어려울 것이다. 마케터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단순한 인지도는 브랜드 자산에 포함시키지 않는 경우도 있다.
브랜드의 스토리빌딩은 단순 인지도를 높이는 행위가 아닌 소비자와 공감의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의 감성에 자리를 잡고 브랜드의 스토리가 감동을 줘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브랜드는 그 정체성을 구축해야만 한다. 그 정체성은 아주 섬세하게 구성되어야 하고 그 내면까지도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단순한 스토리는 이제 더이상 사람들에게 흥미와 감동을 주지 못한다.
정유정 작가의 책이 2011년 대한민국에서 떠오르는 베스트셀러 소설이 된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제 사람들은 너무나 많은 브랜드와 하루에도 몇번씩 마주친다. 각각의 브랜드들이 뿜어내는 스토리들에 관심이 있는가? 그만큼 스토리가 공감을 얻기 위해서 더 섬세한 정체성의 구축이 필요한 것이다. 이제 브랜드들은 스스로의 내면에 관심을 가지고 차별되는 그들만의 모습을 만들어 가야 한다. 스토리텔링은 그 다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