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내 삶에 변화가 시작 되었습니다.
그 변화는 사실 쉽게 눈치채기 어려웠습니다. 분명 변화는 계속 발생하는데, 삶이 크게 바뀌거나 하지 않은것 같았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과정에서 이건 무엇인가 잘못 되어가고 있어 라고 생각 들기 시작한건 3년정도 된 것 같습니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왜 내 기분은 좋아지지 않는거지? 내 미래는 지금보다 나을까?
이러한 철학적 의문들이 올라올 무렵 무심코 하늘을 쳐다보게 됩니다. 희뿌연 하늘과 사물을 분간하기 어려운 시야, 세상은 온통 먼지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가슴이 답답해 지면서, 호흡조차 쉽게 하기 어려웠습니다.
평생 살아오며 지속적으로 유지한 두가지의 취미는 자전거 여행과 사진촬영 입니다. 이 몹쓸 취미 때문에 가족에게 욕을 먹어가면서 주말을 보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 안에서 삶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었고, 지금은 사치스러운 얘기가 되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때가 행복했던것 같습니다. 물론 그때도 행복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과거형으로 표현하게 된것이 씁슬합니다.
대부분 회사생활을 한다면 답답한 박스같은 사무실에서 하루를 보내고 가끔씩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던지 산책을 하면서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잠깐의 해방감이나마 느끼고 다시 일을 하러 들어갑니다. 이제 파란 하늘이 보기 어려운것은 물론이지만, 희뿌연 하늘과 가슴 답답해 지는 공기를 마시고 있으면 우울한 기분에 빠져서 의욕을 잃어버립니다. 그렇게 오랜기간 해왔던 취미생활들이 미세먼지로 인해서 오히려 건강을 해롭게 하는 운동이 될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삶을 괴롭히는 요소들은 차고 넘칩니다. 하루하루 그런 일들로 하루가 채워져 간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부정적이나 비관적으로 삶을 바라본다는게 아니라 우리의 삶이 상쾌함 보다는 고통을 인내하는 과정으로 더 많은 시간을 채워간다는 현실을 얘기하는 겁니다. 내일을 다시 시작하게 해주는 희망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고, 내일의 태양은 또 뜬다는 겁니다. 하지만 내일은 더 심한 미세먼지가 생기고 태양은 희미하게 빛납니다. 결국 내 삶은 미세먼지의 치명타를 맞고 더 나을게 없는 하루를 또다시 살아야 하는 겁니다.
그리고 마음속 깊이 외쳐봅니다. 맑은 공기와 파란 하늘을 보고 살고 싶다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결국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가고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그 안에서 사람이 살기 어려운, 살 수 없는 세상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다면,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걸까요? 우리를 죽음에 이르게 할 공기들을 만들어 내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만큼 절망스운 느낌이 드는 사실은 없을 겁니다.
물질적 풍요는 분명 우리를 편안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채워도 채워도 만족할 줄 모르는 물질적 풍요보다 파란 하늘과 맑은 공기가 내게 더 행복을 주지 않았는가 생각해 봅니다. 우리의 삶을 더 파괴하기 이전에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내 삶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을 더는 잃고 싶지 않습니다.